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

3번째 이야기

2004년 11월 29일, 화요일

 

● 이런 일이 있었어요 | 난감한 우리 집의 일요일 풍경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일요일 아침 7시.

나는 사무실 겸 숙식실을 정리하고, 마루로 나간다. “모두 일어나세요!” “모두 일어나세요!”

이 방 저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 옆 사람을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나오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는 소리와 함께 특별한 일과가 시작된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알아서 등에 열린여성센터라고 선명하게 프린트된 조끼들을 챙겨 입는다. 청소 도구를 챙

겨들고 동네 한바퀴 청소를 하러 나서는 길이다.

쉼터가 문을 열었을 때, 가장 염려스러웠던 일은 동네 주민들의 시선. 아직 거리 생활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던

몇몇 식구들이 근처 세탁소 아저씨에게나 가겟집 아주머니에게 담배를 달라거나 하면서 손을 내미는 일이 간혹

있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로 동네를 다니는 일도 손가락질 거리였다.

쉼터를 동네에서 내 보내기위에 연판장을 돌리겠다든가 하는 날 선 불평(?)이 정말 고민스러웠다.

한편으론 식구들에게 정말 이 곳에 지내고 싶으면 사고치지 말라는 또 다른 협박에 세밀한 행동 지침(?)을 교육

하는 한편, 우리는 무언가 지역주민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했다. 먹을 것을 가능하면 이웃들과 나누려 했고, 매일

골목을 청소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청소를 한다.

먹고 살기 힘든 분들이어선지 동네 분들은 어느 덧 우리를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아직도 서먹한 것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쫓아야 한다는 말을 사라진 듯 하다.


그리고 정말 골목도 동네도 한 결 깨끗해졌다.

처음에는 우리가 왜 이런 일까지 하느냐며 항의를 하던 식구들도 제법 틀이 잡혀서 숙련된 청소실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몇 일전 겨울 용 의류들이 후원이 들어와 마루에 펼쳐 놓았다.

아침 가끔 엉뚱한 소리로 우리를 어안이 벙벙하게 하는 미순씨가 검정 바지하나를 집어 들며 하는 말

“ 와! 일요일 부역(!?) 나가는데 입으면 좋겠다!!”

일요일은 우리 열린여성센터 식구들이 가장 바쁜 날 가운데 하루이다.

거의 모든 분들이 교회를 가기 때문이다. 물론 신앙심이 두터워 예배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교회에서

예배 후에 나누어주는 적은 액수이나 ‘용돈’에 관심이 많다.

물어보면 교회에서 용돈을 2-3,000원 나누어 준다고 한다.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지하철 차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뭐가 있다고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가세요?’

‘참내 소장님은 무슨 지하철비를 내요? 절대로 못 내지요!’

‘아니 그러면 역무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최대한 안 걸리게 잘 해야죠’

‘그래도 걸리면요?’

‘노숙하는 사람이 돈이 어디있노? 하지요’

일요일 마다 노숙인이 되는 우리 집 식구들.

악세사리 부업이 겨울철이 되어 뚝 끊겨서 한 푼의 용돈이 아쉽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계동
열린여성센터
Tel : 02-704-5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