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

다섯번째 이야기

2005년 3월 4일, 금요일

 

자신감과 외로움

김 용 희
 

야! 너 빨리 안나와! 이게 어디서 문을 걸어 닫고 나오지도 않아!
내가 네 남편이야! 어디서 남편이 왔는데 얼굴도 안 내밀어 ×××이!

내가 아영이 아빠를 처음 봤을 때 모습이다.
작은 키에 제법 등치가 있고 성질은 급해 보이며 머리는 약간 대머리에 바짝 치켜진 매서운 눈썹!
그 막간의 시간동안 저 사람을 어떻게 진정시켜야하나?

난 그에게 한마디 밖에 못했다!
자꾸 소란을 피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하실 말씀 있으면 사무실로 와서 저와 얘기를 하죠! 약간의 강한 어조로 말을 하고 돌아서니 그가 따라온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혹시 식사를 했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으니 바로 밑에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저녁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그래도 되냐고 한다.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싼다고 하더니 밥 한 끼 먹는 것도 나름대로의 만리장성을 쌓는 것 같다. ^0^
이야기 도중 나와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중간 중간에 우린 친구라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이야기, 신앙이야기, 처음 아내를 만났던 시절, 친구이야기, 가정생활이야기, 자녀이야기, 부모와 가족이야기 등등...
중간 중간 그가 웃는다. - 점점 내 자신이 아영아빠가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훈련시키면 변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영아빠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단다.
한 주 지나서 아영엄마와 아영아빠 그리고 나와 소장님이 함께 부부가 재결합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기로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우리의 아영엄마! 바람불면 넘어갈 것 같은 너무나 연약한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과 한바탕하고 나면 밤새 끙끙 알고 잠 한숨 못자는 아주 민감한 성격에 소유자다.
그녀는 남편과 살기 싫다! 언제나 큰소리치는 남편! 폭언! 폭력! 무시! 그녀는 남편이 너무 무섭다!
그런 그녀가 이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를 내고 얼굴에 웃음이 피기 시작한다.
그녀가 자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용산자활후견기관에서 간병인 교육을 받으며 보수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참! 돈이라는 것은 좋은 거다.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더니 그녀는 생활에 자신감이 생기고 남편에게도 제법 큰소리를 친다.

한 주가 지났다
아영아빠와 아영엄마 그리고 나와 소장님이 한자리에 앉았다.

아영아빠가 원하는 것은 첫째, 거짓말 하지마라! 둘째, 집안을 잘 치워라! 셋째, 아이들 공부 좀 잘 가르쳐라! 다섯째, 전화 함부러 끊지 마라!

아영엄마가 원하는 것은 첫째, 내 말 좀 잘 들어줘라! 둘째,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라!

서로의 의견을 듣고 부부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부부치료 6회 받을 것
-매주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그리고 부부치료 마치는 날 재결합하기로 합의를 하고 서로 손도장을 찍고 문서화했다.

부부치료 3회 받고 종료했다.
부부치료 중 남편의 과격한 행동으로 상담자가 위협을 느껴 경찰을 부른 것이다.
소장님이 남편을 데리러 갔고, 잠시 후 나와 아영엄마, 아영아빠 그리고 소장님이 한자리에 앉았다.
아영아빠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이 성질을 죽여야 했는데 ××이 거짓말을 해서 참을 수 없었고, 그리고 너무 답답해서 책상을 한번 친 것이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상이 더러워서 그런지 조금만 소리를 높이면 사람들은 자신을 무서워한단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 빙그레 웃는다! -과연 저 사람들이 재결합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재결합이 옳은 일일까?

몇 칠이 지났다
아영엄마가 간병인 수료증을 꼭 쥐고 선생님! 제가 해냈어요! 수료증 좀 보세요!
이제 어디가든지 자신 있어요!
이 자신감은 남편을 대하는데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어느 날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아영엄마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 좀 해주세요!
너무나 진지한 모습에 한마디 했다!
아영엄마는 유아틱한 사람이고 어려서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매사 자신감이 없는 게 당연하다.
결혼 후에도 언제나 남편에게 지적만 당하고 “너는 왜 항상 그 모양이야!” 이런 소리만 듣는데 당연히 남편에게 주눅 들지 않겠는가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라도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작은 일에도 그냥 넘기지 말고 꼭 칭찬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참 듣고 있더니 자신도 그렇게 생각을 했으며 언제가 TV를 보면서 칭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면서 그래! 저 방법이야! 하고 생각을 했단다.

아내와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전화를 해서 의논하고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참 많이 변했다.
“ 다 내 잘못인 것 같아요! 내가 조금만 참고 이해해야 했었는데.... ”
한번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던 그! 모든 것이 아내가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왔다고 늘 아내를 원망하던 그!

우여곡절 끝에 아영엄마와 아영아빠가 재결합을 하게 되었다.
두 부부가 이삿짐을 싸서 차에 다 싣고 마지막 저녁을 먹으면서, 참 감회가 새롭다.
지난 6개월이 꿈같이 지나간 것 같다.

두 분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보라고 했다.
아내가 먼저 말한다!
이제 저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디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잘 할 자신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편이 말한다!
지난 2년여 동안 가족 없이 혼자 살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폐인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제 가족의 소중함을 압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놀러 와도 되죠!

뭔지 잘 모르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아마 이것이 감동이란 것이 아닐까?
이번 사례를 통한 나의 결론은 관심과 애정이야 말로 인간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우리들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일들을 해 낼 것이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라는 신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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